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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누난 내 여자니까

박인애2017.03.16 17:25조회 수 385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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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2007년도에 가수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라는 노래가 세상에 발표되었다. 처음 그 노래를 듣던 날, 입가엔 웃음이 그려지는데 콧날이 시큰했던 기억이 있다.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슬픔이 잊혀지도록 꽉 안아 줄게.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내 품에 안겨요. 알고 보면 여린 여자라니까.”

  해당 사항 없는 사람이 들으면 애들 장난으로나 들릴 그 노랫말이 내겐 특별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슬픔이 잊혀 질 만큼 잘해 주는 연하의 남자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성경 공부시간에 목사님이 물으셨다. “만일,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 혹은 아내와 다시 결혼할 것이다 하시는 분은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보세요.” 후담後談에 의하면 우리 부부만 손을 들었다고 한다. ‘흐미, 눈 감고 들랬는데 뭣 땀시 뜨고 본 겨?’ 그 말을 듣고 오랫동안 뿌듯했었다.

 

  6년쯤 지난 어느 날, TV를 보다가 다시 태어나면 정말로 나랑 결혼할 거야?”하고 물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만약 나이가 비슷하면이라는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거짓말은 못 하는 사람이니 진심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술도 안 취했는데 그런 소리를?’ 갑자기 벙 쪄서 일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 생각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데 남편에게는 전에 없던 만약에라는 조건이 생긴 것이다. 그날은 말할 기분이 아니어서 지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곱씹어지면서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쿨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나도 한 뒤끝 하는 모양이다.

  ‘뭐시여? 나이가 비슷하면 하것다고? 그 야그는 시방 나랑 사는 게 후회된다. , 고런 싸가지 없는 말씀이신감? 난 모 다 좋아서 요로코롬 창시 빼놓고 사는 줄 알아?’ 촌부村婦처럼 그렇게 악다구니를 부리며 싸웠다면 자괴감의 파장이 짧았을까? 난 싸우지 못했다. 그다음에 쏟아질 말들이 두려워 곱씹던 말조차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사랑도 모두 변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우리는 비껴가길 바랐다. 예외라는 말이 적용되기엔 무리였을까? 생각 없이 한마디 뱉어 놓고는 급 수습을 하느라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 하지만 이미 봐 버린 패를 어쩌겠는가! 착한 사람이다 보니 내색은 못 했지만 나이 많은 아내와 사는 것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남편과 살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은 , 능력 있으시네요.”란 말이다. 능력도 그냥 능력이 아니라 차-암 능력! 연하의 남자랑 살면 능력이 있는 거라 하니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고인이 된 최진실이 5살 연하였던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매스컴이 뜨거웠던 시절엔 최진실보다 능력 있으시네요.”로 멘트가 바뀌기도 했었다. 그때만 해도 연상 연하커플이 많지 않아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좋은 소재 거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남편 지지자 쪽에서 보면 남편 : = 람보기니Lamborghini : 중고차였을 테니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지금까지도 닭살 커플이라는 느끼한 별명 아래 행복한 연인으로 살고 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기록하면 몇 권짜리 책이 나올까? 쉽지 않은 만남, 가족들의 거센 반대, 낯선 땅에서의 첫 출발, 연예인도 아닌데 지금까지도 비아냥대는 사람들의 입방아, 우리의 분신, 성공신화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했던 눈물의 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이승기의 노랫말처럼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걸어왔다는 것이다. 어떤 장애물도 사랑이라는 무기 하나면 극복해 내기에 충분했다. 평범치 않은 여자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속에 있는 말 한 번 내 비춘 것이 뭐 그리 큰 대수겠는가.

  사람들이 나이 차를 어떻게 극복하고 사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죠.”라고 답을 했었다. 후회된다. 남편 대답도 좀 들어 볼 걸. 아마도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현실이죠.” 라고 답하지 않았을까?

요즘은 TV 화면 속에 갇혀있는 젊음 앞에서조차 주눅이 든다. 어쩌겠는가, 이미 먹어버린 나이를! 스스로 위로하며 사는 수밖에다음 생엔 공평하게 8살 어린 여자로 태어나면 되는 거야. 남은 생은 누나 말고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주지 모


  괜찮아. 그래도 누나는 내 여자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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