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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 읽어주는 여자

박인애2017.02.15 19:55조회 수 4045댓글 0

근간영화를 두 편 보았다. 쎄시봉베른하르트슬링크의 원작을 영화화 한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이다. 언어와 문화,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다른 나라에서 제작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닮은 구석이 있다면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픈 추억을 다룬 내용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노래, 후자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두 남녀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다. 쎄시봉의주인공 근태는 첫사랑 자영에게 평생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책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 마이클은한나에게 평생 책을 읽어 주겠노라 약속을 했다. 첫사랑에게는 평생, 영원히, 너만을, 너를 위해......라는 말을 아낌없이 하게 된다. 처음이어서, 아마도 인생에 단 한번뿐인 첫사랑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주고싶고, 그사람이 원하는 거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은 게 첫사랑의 마음 아니던가! 그런데 영화에서도그렇고 실제 주위에서도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첫사랑 앞에아픈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는 거 아닌가 싶다.

 

부모가어린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연인에게 책을 읽어 주는 모습도 아름다운 것 같다.드라마 적도의남자에서 여주인공 지원은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오디오 북을 만들기 위해 도서실에서 책 읽는 봉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앞을 보지못하는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고등학생이었던 마이클은 몸이 아파 곤경 처했던 자신을 도와준 30대 여인 한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문맹이라는 것을 몰랐던 마이클은 그녀와 함께 지내며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매일 책을 읽어 준다. 한나는 그 시간이 너무행복했다. 비극적인 독일사나 다른 내용은 뒤로하고책을 읽어준 행위가 그녀의 삶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른이 된 마이클은 우연히 법정에서 전범으로 잡혀와 재판을 받는 한나를 보게 된다. 수감생활을 하는 한나에게마이클은 그녀가 좋아하던 책을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여 책과 함께 넣어준다. 한나는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의 목소리를 따라 책에 있는글씨를 한자 한자 짚어 가며 듣다가 마침내 간단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다. 책을 읽어 주는 행위가 그녀를 문맹으로부터 탈출하게 만든 통로가되어 준 것이다. 그러나그가 더 이상 자기 곁에서 책을 읽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출소를 포기하고 그가 보냈던 책을 포개 놓고 올라가 목숨을 끊는다. 책을 읽어 주던 행위는그녀에게 희망이었고 살아있는 이유였다. 그녀를 위해 책을 읽어 주던 마이클의 모습은 어릴 때나 나이가들었을 때나 아름다웠다. 사랑과배려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봉사라고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몇 년 전 자식들이 외면한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러 노인아파트에 가곤 했다. 갈 때마다 반찬도 갖다 드리고, 사람 목소리가 제일그립다고 하셔서 책도 읽어드리곤 했다. 그러던어느 날 당신이 가장의 권위만을 앞세워 식솔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면 왕래를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회환의 눈물을 흘리셨다. 좋은 책은 끊임없이자기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것이문학이 가진 힘이고 문학을 하는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좋은 책을 골라 읽어 드렸을 뿐인데 그분은 지난날을 후회하고 가족들에게 입힌상처를 미안해하셨으니 말이다.

 

요즘문학교실에 오는 분들에게 틈틈이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읽어준다. 글을 쓰는 데 동기부여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각자 써 온 원고도 읽게 하는데 소리를 내어 읽다 보면 잘 못 쓴 문장이쉽게 걸러지기도 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때론 본인의 글을 읽다가 스스로 상처가 치유되는 모습을 보기도한다. 좋은 현상이다.

효도하는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연로하신 부모님께 책을 읽어드리는 것은 어떨까 제언해 본다. 미국에선부모님께 효도선물로 DIRECTTV 연결해 드리는 게 최고라는데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 하루 종일 나온다 한들 어디 내 자식 목소리만 하겠는가? 그저 자주 얼굴 보여드리고,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게 더 좋은 효도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개강하게 되는 시니어 문학교실에 강사로 봉사해 줄 수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부족하지만 섬기는 마음으로 도와드릴까 한다.그분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주고, 써 볼 수 있도록 클릭해 드리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글쓰기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만 있으란 법 있어? ‘책 읽어주는 여자도 있는 거지좋은 책 좀 미리 골라두어야겠다. 이렇게 나누며 살 수 있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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