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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mpty Nest

박인애2017.01.07 05:01조회 수 2764댓글 0

빈둥지.jpg


뭔가 한바탕 쏟아져 내릴 듯한 흐린 하늘을 이고 길을 걸었다.

피부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서 옷깃을 있는 대로 올리고 목을 움츠려 보아도 무례하게 헤집고 들어오는 막을 길이 없었다.12월이 가도록 오지 않고 날이 푹해서 겨울이 그냥 지나가려나 보다 했는데 37도로 떨어졌다.아직 살아 있다고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끼어 입고 나올 후회도 되고,집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모처럼 나섰으니 걸어보기로 했다.나쁘지 않았다.새해가 되도록 끌어안고 있던 구질구질하고 못난 마음을 털어내기엔 좋은 바람이었다.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나무들은 어느새 잎을 모두 내려놓고 나목이 되어 있었다.건조하다 못해 살이 벌어진 발뒤꿈치처럼,수분 빠진 수피樹皮 쩍쩍 갈라져 끝이 들린 간신히 붙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나무에도 상처가 많았다.긁히고 찢긴 상처 사이로 속살이 보였다.누구처럼 시비를 걸거나 싸우는 적이 없는데,깊은 상처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상처를 만져 보았다.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눈으로 보고 만져 보는 것은 달랐다.얼마나 아팠는지,얼마나 외로웠는지 수는 없지만, 나무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상처만큼이나 깊고 거칠었다.


바람이 때마다 나무껍질 틈새에서 각질처럼 미세한 먼지가 일었다.나무는 조금만 힘들어도 견디는 사람들처럼 투덜거리지도 않았고 모든 내려놓은 모습이 오히려 자유로워 보였다.무심코 올려다본 나뭇가지에 뭉치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나뭇잎이 무성했을 보이지 않던 둥지였다. 따습고 배가 부를 보이지 않던 사물들이 마음이 빈곤해지니 처음 것처럼 측은하게 안겼다.얼기설기 어설퍼 보이지만 웬만한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튼튼한 둥지들이 여기저기 걸려있고, 그곳에 살던 새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났는지 둥지만 남아 있었다.한때 새끼를 기르며 행복하게 지냈던 곳이지만,때가 되면 연연하지 않고 훌훌 비워낼 아는 새들의 계산법과 지혜가 부러웠다.인연도,마음도 둥지처럼 번쯤은 털어내고 비워 필요가 있다.영원이라 믿었던 것들에 브레이크를 걸고 찬찬히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걸러진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으로 채웠던 둥지를 비워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별에서 그대 다시 보느라 해가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정유년을 맞았다.뿌리째 흔들려 메말랐던 감성을 적셔 약은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시청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밀고,당기고,그리워하고,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말랑해졌다.

드라마 남자주인공 도민준은 다른 별에서 지구로 400년을 외계인이다,그는 공간 이동을 하고,시간을 멈추고,소머즈처럼 곳의 소리를 듣고,나쁜 사람들을 응징할 있는 초능력을 갖췄다.오랜 세월 혼자 살아온 그가 마침내 자기가 살던 별로 돌아갈 기회가 왔는데,천송이라는 여배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된다.그러나 그들의 간절한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한 기적을 만들었다는 좋은 결말의 드라마이다.드라마를 여자라면 모든 완벽하게 갖춘 남자에게 사랑받는 천송이가 부러웠을 것이다.영리하진 못하지만 내숭을 떨거나,학벌을 조작하거나,거짓말로 치장하지 않고,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감정에 충실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매력이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은폐하고,합리화시키고,변명하고,남에게 뒤집어씌우고,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구질한 변명을 하는 사람들보다 되지 않는 발음으로 ~~sorry외치며 쿨하게 인정하는 천송이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사스라는 외로운 별에도 새해가 밝았다.국가도 개인도 작년보다는 올해가,어제보다는 내일이 밝았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날이 풀리면 둥지에도 언젠가는 식구가 찾아들 듯이, 우리들의 둥지에도 평화가 찾아오기를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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