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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로또 대박! 그 멀고도 먼 이름이여

박인애2016.06.09 17:01조회 수 213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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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봄이 되면 입맛이 없다는데 우리 모녀는 왜 입맛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학교에서 나온 우리 딸내미는 나를 보자마자 하는 인사가 엄마 배고파.”이다. 통통에서 뚱뚱모드로 가고 있는 것이 걱정스러워 될 수 있으면 패스트푸드를 안 먹이려고 하는 중인데 마땅히 집에 준비된 게 없어 오랜만에 Chick- fil -A 에 데려갔다. 전 같으면 나는 치킨 샌드위치에 콜라, 딸내미는 치킨너겟 12피스에 스프라잇을 시켰으련만 꾹꾹 눌러 참고 급한 대로 허기만 면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래전에 졸업한 kids meal을 시켜주었다. 이유를 아는 우리 딸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얼굴이다. 돈을 내려고 지갑을 꺼냈는데 점원이 “Every 100th customer eats free.” 라며 돈을 받지 않았다. 매일 100번째 손님에게는 공짜로 음식을 준다는데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하하하, 살다보니 이런 행운도 오는구나 싶어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그 감사함 뒤에서 심통마귀가 궁시렁대고 있었다. ‘우쒸이! 그런 줄 알았으면 마............ 아까바라!


이렇게 운이 좋은날은 복권이라도 사야하는 거 아닐까? 왠지 사기만 하면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로 옆 주유소를 향해 걸어갔다. 오래전에 회사에서 동료들과 20불씩 내서 단체로 복권 사는데 동참했던 것을 제외하곤 내손으로 복권을 산 건 처음이었다. 복권을 살돈이 있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한다는 쪽이어서 사실 복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남편도 옛날엔 한두 장씩 사서 지갑에 넣고 다니더니만 요즘은 안사는 눈치다. 가끔씩 똥 꿈을 제대로 꾸었다며 복권을 사야겠다는 얘기를 하긴 하는데 그전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붙을 놈은 한 장만 사도 붙더라는 남편의 말에 힘입어 한 장만 살까 하다가는 급 욕심이 발동해 POWERBALL 퀵픽을 다섯 장 샀다. “붙으면 일시불로 돈을 받을래? 달달이 나누어 받을래?” “! 물론 한 번에 받아야죠.”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 국부터 마신다더니 공짜 밀과 다섯 장의 복권이 갑자기 큰 희망으로 바뀌면서 마음은 벌써 붙은 후를 상상하며 당첨금액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요 몇 주 가족처럼 지내는 지인의 가정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었다. 나쁜 일은 왜 한 번에 몰려오는 건지 모르겠다. 신청했던 영주권이 기각 되면서 법원으로부터 추방명령이 떨어진데다 살던 집도 곧 은행으로 넘겨야 하고 거처를 정하지도 못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넷째아기까지 생겨 사면초가가 된 것이다. 복권이 당첨되면 그 집의 급한 불부터 꺼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아이들 교육문제도 그렇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다시 시작할 여유가 없으니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EB-5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이 복권 붙으면 누구도 도와주어야 하고, 누구도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더니 나는?” 하며 눈을 흘겼다. “! 자기는 제일 좋아 하는 새 차 한 대 뽑아줄게.” 정말 하나님이 급한 사람들 숨통 좀 트이게 한번만 붙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추첨을 기다리는 하루가 참 길게만 느껴졌다. 물론 결론이 꽝이어서 도움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자기들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는 것 같았다. 어떤 식으로든 그 가정이 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부엌일을 하는 동안은 일부러 TV 볼륨을 끝까지 올려놓는다. 앉아서 볼 시간은 없으니 일하면서 소리라도 듣겠다는 심산이다. 상계동의 한 편의점에서 지난 8년간 판매한 복권 중에서 1등 당첨이 14번이나 나와 그곳이 로또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유명해졌다는 보도와 함께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왜 복권을 사세요?” 하고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이대자 한아주머니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왔지.”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일확천금이라! 하기 사 우리 같은 서민이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거나 로또 대박이 터지지 않는 한 무슨 수로 일확천금을 손에 넣어보겠는가! 그러니 구제역으로, 방사능 유출로, 유가상승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소국민들이 희박한 확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복권을 사려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복권을 안사면 불안하다.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복권은 꼭 산다. 이정도면 복권중독이란다. 그러니 스스로 과하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의 방송이었다.

 

한방이면 해결된다 생각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그 일로 복권을 사는 사람의 심정은 확실히 체험해 보았기 때문에 복권 사는 사람들 흉은 보지 않을 것 같다. 일확천금이 생기면 정말 행복할까? 통계에 의하면 복권에 맞아 행복하게 된 사람보다 불행하게 된 사람의 확률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 행운이 온다면 좋겠지만 허황된 꿈을 꾸는 것보다는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지혜로운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놀음 군이 그랬다. 술과 놀음은 즐겨야지 노예가 되면 안 된다고, 나름 철학이 있는 말이다. 과하면 병이 될 수 있으니 로또의 유혹에 질질 끌려 다니진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로또대박! 그 멀고도 먼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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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Betta Fish (by 박인애) (에세이) 부족한 2% 채우기 (by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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