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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몽규의 술가락 (193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박인애2016.04.10 19:02조회 수 3588댓글 0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여보! 어디좀 나가봐요!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뭐요? 조흔수?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그 은술가락말이유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러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外國)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대게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뺨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라고 말하엿다.글세 맘대로 해요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XX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 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그런 술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이라고 해서(偕書)로 똑똑히 쓰여잇다.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을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먹읍시다.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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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몽규宋夢奎

(1917. 9. 28~1945.3.7)

1917년 중국 길림성에서 출생

1935년 콩트 술가락」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1935년 중국 산동에서 독립운동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진학

1942년 일본 교토제국대학 사학과 입학

1943'재교토 조선인학생민족주의그룹사건'으로 검거, 2년 선고

194537일 후쿠오카형무소에서 타계(해방 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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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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