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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박인애2016.04.03 01:35조회 수 352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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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봄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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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몰고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 6.3 윤동주, 쉽게 쓰여 진 시 전문-

 


온전히 윤동주와 송몽규가 되어 영화를 보았다. 사방으로 꽉 막힌 암울한 조국의 현실 속에 갇힌 젊은 청춘이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영화라는 것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해도 허구가 입혀지기 마련이다.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달달한 사랑이야기는 없지만 동주의 시집 발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선어를 일본어로 그리고 다시 영어로 번역을 하는데 도운 일본 여인의 동주에 대한 사랑은 목숨을 건 깊은 사랑이었다. 그런 허구가 영화의 묘미를 더해 주었다. 흑백영화만이 줄 수 있는 슬픔이나 추억의 아련함이 영화의 몰입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사촌지간인 윤동주와 송몽규  타계 71주기를 기해 상영된 동주, 영화 속에서 윤동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과 함께 강제로 주사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이준익 감독은 노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동주 시인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과연 우리가 윤동주의 삶과 죽음도 그만큼 알고 있을까요? 제 말은 식민지 말에 순혈한 영혼을 가졌던 청년들이 생체실험 대상으로 희생당한 것에 대해 분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윤동주 시인을 비롯,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링거를 맞고 있는 겁니다. 부족한 혈액 대체재, 즉 식염수를 개발하기 위해 시행된 실험이었으니까요."라고 언급했다.

 

자기 이름마저 버리고 창시개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말로 시를 썼던 시인. 윤동주의 시가 오늘날까지 남게 된 데 힘을 썼던 사람들, 윤동주 송몽규 생전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문익환 목사나 친인척이 남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시인의 삶을 알고 시의 배경을 이해하면 그가 보았던 하늘과 별이 바람과 시가 다르게 다가온다. 먹먹한 하루다. 국수조차도 깔끄러운 하루였다한국말을 배우긴 했어도 아직은 완벽하지 못한 딸이 영어 자막을 읽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픈 역사와 청춘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뭣보다도 감사했다.  딸에게 아끼던 윤동주시 영문판 Sky, Wind, and Srars를 선물했다. 영화를 보았으니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데리고 가서 동주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이든 어두웠던 역사이든 알아야 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20138월에 제8회 윤동주문학상을 수상 했던 이정록시인과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박영우 대표가 달라스한인문학회에 방문하여 강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때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장에게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달라스 지부장을이란 직책을 주고 임명장도 주고 갔다. 뜻이 있는 몇 분이 그곳에서 만드는 문예지라도 정기구독을 해 주자는 의미로 일년치 책 값을 모아 박영우 대표가 준 은행구좌로 보냈는데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여 선양사업회를 시작했다 했는데 운영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다시 윤동주선양회를 만들고 십시일반 도와서라도 윤동주문학상을 부활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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