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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짭새들의 행진

박인애2016.03.28 05:35조회 수 2855댓글 0

 

, 짭쌔다!’

경찰차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을 번쩍거리며 따라 붙었다. ‘? 오마나, 당최 내가 무신 잘못을 했다고 잡는 거지?’ 백인 경찰은 내가 과속운전에다가 번호판을 뒤에만 달았기 때문이라며 교통위반 티켓을 두 장이나 끊어주었다. 얼떨결에 티켓을 받고 나니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내 차는 뽑은 지 몇 달 안 되는 새 차이고, 번호판은 딜러에서 하나만 달아 준 것이다. 그리고 난 과속을 하지 않았다.”하니 내 차가 지나갈 때 누른 거라며 ‘48’이라는 숫자가 찍힌 조그만 기계를 보여 주었다. 이게 내 차라는 증거가 어디 있냐고 따지자 할 말 있으면 코트로 오라며 내 말을 싸가지 없이 잘라버렸다. 세상에, 이런 억울할 데가 있나, 겁이 많아서 Freeway고속도로도 못 타고 Local일반도로로만 살살 다니는 내게 과속이라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근간에 주변에서 부족한 시의 재정을 교통위반 차량에 물린 벌금으로 메운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재수 없으면 위반하지 않아도 위반했다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곳이 있으니 그 지역을 지날 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역이름까지 알려주었다. 물론 위반을 했다면 티켓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공권력을 악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할 말 있으면 코트로 와서 하라며 티켓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이 아직은 그렇게까지 타락한 나라가 아니라고 믿기에 설마, 그럴 리가?’하고 지나갔는데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그 말이 사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경찰은 건수를 올리기 위해 어느 골목에선가 숨어 있다가 내 번호판이 하나인 것을 보고 따라왔을 것이다. 번호판이 없어 걸린 경우는 번호판을 달은 후 사진을 찍어서 코트에 제출하면 벌금 십 불로 해결되는 소위 영양가 없는 건수이니 걸린 김에 과속 딱지 하나를 덤으로 얹어준 거 아닌가 싶었다.

나처럼 억울하게 티켓을 받고 벌금을 냈다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경찰하고 싸워서 이기는 사람 못 봤으니 걸리면 시에다 적선하는 셈 치고 벌금을 내 버리는 게 뱃속 편한 거란다. 코트에 가서 따지는 경우에도 한 번으로 끝나는 즉결재판이 아니어서 설령 이긴다 해도 변호사 수임료 주고 나면 오히려 돈과 시간을 손해 보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였다. 결국 코트에 갔다. 벌금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잘못을 시인해서가 아니라 경찰과 싸우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방어운전 교육을 받으면 벌금이 115불이고 수료증을 보험회사에 보내면 3년간 보험료가 10% 내려감과 동시에 기록이 지워지지만, 교육을 받지 않으면 175불을 내야하고 기록에 남는다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을 받겠다는데 사인을 했다.

남편에게 교통티켓 받은 얘기를 했더니 이 나라도 경찰이 짭쌔가 되어가나. 재수가 없으면 그들이 놓은 낚시 줄에 걸리기도 하는 거지 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복권이 당첨되어도 성이 안찰 판에 맞으라는 복권은 안 맞고 억울한 벌금을 내야 하다니. 그 돈이면 멋진 외식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흐미, 아까븐 거. !’

 

다음 날 방어운전 교육 광고를 본 기억이 나서 신문을 뒤져 보았다. 이왕이면 한국말로 교육하는 곳이 편하겠다 싶어서 말이다. 본래 정해진 6시간의 방어운전교육은 아주 일찍 끝이 났다. 흔히 말하는 시험문제 위주로 족집게 강의를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이 하는 곳이었다면 정확히 6시간을 채웠을 테고 예상문제를 알려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짧은 시간에 골치 아픈 문제 한 가지를 해결했다는 기쁨보다는 옆에 앉은 학생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어른으로서 본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영어가 더 편할지도 모르는 아이를 굳이 한국 사람이 하는 곳으로 데리고 온 걸 보면 그 학생의 아버지는 이미 이런 시스템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짭새같은 경찰도 싫고, 그런 행진을 지시하는 그 위의 누군가도 싫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한국인의 잔머리도 솔직히 싫다. 최소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닐까?

법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준법정신이 필요하다. 또한 법 집행자들의 정직한 집행이 필요한 것이다. 법체계가 어느 쪽으로든 악용될 때 법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것이 결국은 불신사회를 만들게 되어서 법이 있으나 마나한 무법사회가 되는 것이다.

 

강사에게 나처럼 억울하게 티켓을 받고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경찰도 사람이니 잘못 볼 수도 있겠죠.”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이 상처 받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래 잘못 본거겠지. 나는 과속을 한 적이 없잖아. 시에 적선한 셈 치자. 기분 좋은 가을인데 그냥 쿨하게 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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