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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오정희의 옛우물

박인애2018.04.04 17:27조회 수 367댓글 0

 오정희의 옛우물.png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시 오정희라고 생각했다. 오정희란 작가가 보고 듣고 느끼고 풀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내가 화자와 함께 그 시절 그 상황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문체는 섬세하고 아름답고 치열하다. 소설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구성체여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문장으로 잘 풀어냈는가 하는 것이 소설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오정희의 소설은 흠잡을 구석이 없다.

 

 옛우물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 진 소설이다. 서사의 시간은 생일인 이른 봄에서 봄빛을 이기지 못한 꽃들이 피어 오르는 늦은 봄까지이다. 주인공은 작은 지방도시에서 만성적인 편두통과 치질에 시달리는 중년의 주부이고, 동갑내기 남편과 그 남편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17살짜리 아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주부이다. 이야기는 그녀의 45번째 생일 아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23살부터 10년간 출산을 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나던 일의 기억 따윈 없다. 막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을 떠올리다 옛우물의 기억이 떠올려진다. 할머니나 동네 사람들에게 그 우물은 너무나 중요하고 신성시 되던 공간이었다. 그 물은 식수로 사용될 뿐 아니라 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편안을 위해 지성을 드리는 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우물 밑에는 금빛 잉어가 살고 있는데 그 잉어는 어느 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속설을 믿으며 살던 시절이었다.

 

 화자는 세 가지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현재 가족과 함께 사는 고층 아파트라는 공간, 옛우물과 그때 함께 하던 사람들이 있던 공간, 그리고 작은 집이라 부르는 예성아파트라는 공간이다. 그곳은 그녀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드나드는 공간이다. 창 밖으론 연당집이 있고 그곳에는 바보가 산다. 바보는 보이지 않는 끈에 매인 것처럼 언제나 집 주위를 맴돌며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그녀가 바라보는 풍경 속엔 늘 그가 있다. 곧 횟집이 될 그곳을 내려다보는 일은 자신이 할 일이 없어 그런 거라고 오래된 아름다운 집이 사라져 그런 거라고 정리한다.

 그녀는 가구 하나 없는 예성아파트에서 이불도 없이 잠이 들거나 죽은 애인을 추억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던 어느 여름, 갑자기 찾아 온 그를 만나러 아이를 맡기고 강을 건너 오래된 절을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타인의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아이와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상설시장에 다녀오다가 자기도 모르게 추억 속의 남자와 함께 갔던 찻집에 간다. 신문의 부고란에서 그의 죽음을 접한 이후 한동안 귀 울음 때문에 힘들어 했다. 습관적으로 받을 리 없는 그의 전화번호를 눌러대곤 했다. 그가 죽고 난 후 그녀의 안에서도 무엇인가가 죽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가 죽고 난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균열이다.

 그녀는 그 찻집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보게 된다. 이유도 없이 그 남자를 계속 쳐다보며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남자가 밖으로 나가 온몸을 비틀며 간질을 하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된다. 그 남자가 일어나 떠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마침내 정신이 들어 떠나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허전한 눈빛이었다. 왜 그 남자를 그렇게 쳐다봐야 했을까? 그 공간 안에서는 그런 용기도 생기고 그를 추억하는데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게 된다. 어쩌면 그런 발작은 자기 안에 숨겨져 있는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기억 속의 옛우물에는 친구 정옥이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다. 어느 해 여름장마 후에 우물의 물맛이 뒤집혀 우물을 쳤다. 고사를 지내고 남자들은 물을 퍼내고 순옥이 삼촌이 망태기를 타고 내려다 우물 밑의 흙이며 더러운 것들을 퍼냈다. 그 안에 잉어는 없었다. 정옥이는 그 해 우물에 빠져 죽었고 그 우물은 메워져 버렸다.

 연당집도 무너지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공중전화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눌러 본다. 다른 사람이 받는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살아남아 쟁쟁한데 그는 없다. 그녀는 아파트를 이젠 정말 팔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4백 년 전에 사라진 나는 기능을 잃어 멸종된 도도라는 새처럼 누구나 젊은 한 시절 자신을 전설 속의 멸종된 종으로 관습과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두려움과 항거를 그렇게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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