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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눈물에는 연습이 필요 없다

박인애2018.03.07 09:25조회 수 20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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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강당에 들어섰을 때 브레이크는 숨바꼭질의 술래처럼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벽에 얼굴을 대고 울고 있었다. 교사가 몇 명 있는데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또래 여자아이들이 주변을 서성이다 나를 보더니 제자리로 가 버렸다. 녀석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한 덩치해서 고학년처럼 보이지만 하는 행동은 딱 6학년인 백인 남자아이다. 합창단에 오면 노래도 잘하고 율동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잘 따라 하는 모범 학생이다. 왜 울었냐고 물었더니 서러움이 복받쳤는지 눈물보가 터져 버렸다. 백옥같이 하얀 얼굴이 붉어졌다. 그럴 때 나는 바로 한국 아줌마 근성이 튀어 나온다. 급한데 휴지 가지러 뛰어 갈 시간은 없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티셔츠를 뒤집어서 콧물까지 닦아주는 것이다. 두 팔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그 녀석을 안아주고 토닥토닥 달랬다. 그런 짓을 자주하다보니 나의 그런 행동에 비위생적이네 뭐네 하며 딴지를 거는 백인은 없다. 이유인 즉, 여자애가 자기 외모를 가지고 놀렸단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나도 눈물이 났다.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는 혼을 빼놓는 게 최고다. 빨리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 많이 속상했겠다. 좀 이따 선생님이 그 친구 불러서 혼내 줄게. ! 오늘 너 입은 후드 티 정말 멋지다. 선생님이 입어도 어울릴까? 입어보고 싶다. 근데 있잖아, 백 불짜리 종이돈이 새로 나왔는데 너 본적 있어? 그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흔들었다. 함 볼래? 봐바. 이 가운데 파란 줄이 3D. 그 안에 100이란 숫자랑 자유의 종이 있는데 흔들면 움직인다. 해볼래? 잉크병 안에 종도 움직이면 초록색으로 보여. 왜 이렇게 만든 줄 알아? 아니. 나쁜 사람들이 자꾸 가짜 돈을 만들어서 못 따라 하게 만들려고 그런 거래. 어느새 아이는 눈물을 거두고 신권을 이리저리 살핀다. 한 고비 넘겼다. 옆에다 앉혀 노래를 하다 보니 이내 밝은 얼굴이 되었다. 잠시 후에 놀렸던 여자애가 오더니 아 유 오케이? 아임 쏘리 하더니 홱 돌아서 가버렸다. 나는 그 녀석에게 귓속말을 해 주었다. 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잘 생겼어. 몰랐지? 다 둘러 봐, 너보다 잘생긴 애가 어디 있나. 없지? 했더니 늙은 선생님이 참 애쓰신다 싶었는지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나는 그런 순수한 동심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딸이 엄마는 정말 착한 거 같단다. 딸의 한마디에 하루의 피곤이 풀렸다. 예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맛나게 한다.

 

  신은 왜 사람에게 눈물을 주셨을까? 눈물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보호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의 한 종류다. 눈물은 냄새나 자극 혹은, 사람의 감정 변화에 의해 흐르기도 한다고 적혀있다. -위키 백과 중에서- 나는 지난 한 달간 눈물에 속아 엉뚱한 사람을 잡을 뻔 했다. 자기 욕심을 채우고 자기편을 만들기 위해 거짓눈물을 흘린 것이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울면서 말하는 여자를 의심할 사람이 있을까? 여자도 속았으니 여자의 눈물에 약한 남자들은 보나마나 깜빡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시간이 좀 걸릴 뿐.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사람에 대한 실망과 나의 우매함 때문에 정말 우울했었다. 눈물은 순수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욕심의 재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끄러운 역사를 보면 충신은 간신 때문에 많이 죽었다. 왕의 총기를 흐리는 데 여자의 거짓눈물이 작용한 예도 적지 않다. 그렇게 남을 밟고 일어서면 행복할까? 아마도 후환이 두려워 두 다리 뻗고는 못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용기이다. 죄가 무서운지 모르고 종횡무진 하다간 좋은 사람 모두 잃고 사필귀정이란 무서운 말을 반드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눈물 연기에 강한 연기자들이 있다. 우는 연기는 뭐니 뭐니 해도 같은 여자가 봐도 여자들이 최고이다. 눈물연기에 관객이 감동을 받는 이유는 진정성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눈물은 유난히 뭉클하다. 남자가 울면 왠지 슬픔이 배가 된다. 최근에 본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가 흘린 아비의 눈물이 그러했고, 영화 ‘25마지막 장면에서 보여 준 요한 모리츠의 눈물이 그러했다. 진정한 눈물은 대성통곡을 하지 않아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전달되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데 연습은 필요치 않다. 진정한 눈물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평생 흘려야 할 눈물, 힘든 이민생활하면서 다 쏟아버린 사람들끼리 함께 보듬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독초와 같은 말 대신, 위로와 희망이 되는 말이 넘쳐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아름다운 가을에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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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분꽃 3 (by 박인애) (에세이)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 (by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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