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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행복을 찾아서

박인애2020.09.12 23:28조회 수 72댓글 0

 노숙자에서 투자회사 사업가로 성공한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원제는 “The Pursuit Of Happyness”이다.

 아침이면 일하러 가기 위해 아들을 맡기러 보육원으로 가는 크리스는 그곳 담벼락에 누군가 써 놓은 ‘HAPPYNESS'라는 글씨가 늘 거슬렸다. 보육원 앞을 청소하는 중국인에게 이건 ‘Y’가 아니라 ‘I’니 고쳐야 한다고 말해보았지만, 영어를 모르는 중국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이방인의 땅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happiness’‘happyness’든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 스펠링 하나 바꿔 놓는다고 달라질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행복은 그렇게 주관적인지도 모른다. 삶에서 느끼는 행복이나 성공 역시 기준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남들이 틀렸다고 말해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감정이라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읽었을 동화 파랑새를 통해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행복은 손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교훈하고 있다. 틸틸과 미틸 남매가 오랜 세월 동안 파랑새를 찾다 지쳐 돌아와 보니 파랑새는 자기 집 새장 속에 있었다. 그처럼, 사람들은 눈앞에 행복을 두고도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닌다. 나도 그랬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제임스 오펜하임은 일찍이 “The foolish man seeks happiness in the distance, the wise grows it under his feet.”이라는 말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는 진리를 한발 먼저 찾았던 모양이다.

 

 

 책을 읽으며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중.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책 속에서 파랑새를 만나기도 하고, 함께 하늘을 날며 꿈을 키웠다. 그 행복을 다시 찾고 싶어 독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좋아서 시작했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두려워 꺼내지 못했던 내면의 상처도 꺼내어 말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면을 통한 소통이 큰 행복을 주어서 감사할 뿐이다. 수필집을 준비하고 있다. 써 놓았던 글에 마침표를 찍고 내 책상에서 떠나보내야 다른 걸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두르는 중이다. 아무리 첨삭을 해도 만족은 없다. 세상에 글을 내놓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행복이다.

 

 

 지역에서 열린 미술대회에 딸을 데리고 참가했었다. 내년엔 나이 때문에 참가하고 싶어도 못하니 한 번쯤 경험해 보면 좋을 듯싶어서였다.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볕을 만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잔디밭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그림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예비 화가들 같았다. 그림을 다 그린 아이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게임과 비눗방울 놀이, face painting, 풍선 놀이를 즐기며 마음껏 뛰어놀았다. 행복한 느낌이 떠나갈까 봐 작은 수첩을 꺼내어 자연이 주는 소리를 받아 적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치유되는 순간이었다. 가까운 공원만 나가도 이렇게 좋은데 어쩌자고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살았을까? 가끔은 책을 들고 공원에 가야겠다.

 

 

 의자 옆으로 깔린 내 그림자 속에는 사월의 바람이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좋은 풍경 앞에 조급했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란 예쁜 화폭에 하얀 구름이 도란거리며 흘러간다. ‘happyness’란 말이 달콤한 마시멜로처럼 녹아드는 오후다. 한 글자쯤 틀리면 좀 어떤가. 어쩌면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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