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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I remember you

박인애2019.01.16 00:56조회 수 130댓글 0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도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게 은행이다. 동네마다 은행이 몇 개씩 있고 심지어 마켓 안에 간이은행이 입점해 있는 곳도 많다. 신용사회인 미국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는 살기 힘들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어서 은행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간혹 현금을 들고 가서 차를 뽑고 집을 사는 사람도 있다 들었는데 출처가 분명한 돈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가 거래하는 은행은 딸아이 학교 근처에 있다. 집 근처에도 지점이 있는데 굳이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있어 덜 위험하고,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친절하기 때문이다. 오래 다니기도 했지만, 그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나를 볼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며 반갑게 맞아준다. How are you? 뒤에 단지 Mrs. Park 혹은 Ann이라는 호칭만 붙여주었을 뿐인데 그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 괜스레 어깨가 으쓱 올라가게 해준다. 우리가 많은 돈을 예치한 VIP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들은 사인하느라 딱 한 번 들렀던 남편의 안부와 학교에 간 딸의 안부, 그리고 내 책이 언제쯤 나오는지 묻기도 한다. 뭐랄까? 마치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처럼 모든 걸 꿰고 있는 느낌이다. 내 뒤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도 말을 오래 시켜서 뒷사람에게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내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 가족이 가끔 가는 ‘CiCi's Pizza’는 다양한 피자를 맛볼 수 있는 피자 뷔페 집이다. 집에서 세 블록쯤 떨어진 멕시칸과 흑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다. 월마트가 바로 길 건너에 있어 그런지 늘 손님이 많은 편이다. 장사는 뭐니 뭐니 해도 목이 제일 중요하다. 그곳에 피자집이 생길 무렵 그 바로 옆에다 Yogurt 가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무렵이 달라스에 한창 요거트 바람이 불었을 때이다. 열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예감이 팍팍 밀려왔으나 일 이만 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침만 흘렸다.

 

 

 달라스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교회 집사님 한 분이 CiCi's 피자란 곳이 있는데 거기서 파는 시금치 피자Spinach Alfredo Pizza가 맛있으니 꼭 가보라고 알려주셨다. 그곳은 눈이 돌아갈 만큼 피자가 많은 곳이었다. 게다가 가격이 얼마나 착한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우리가 한 끼 식사를 때우기에 좋은 곳이었다. CiCi's 피자는 은근 중독성이 있어 한참 안 먹으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살 때문에 걱정을 하는 지금까지도 발길을 끊지 못하고 있다. 그곳의 매력은 ‘Customer Create’이라 해서 피자 반죽의 두께, 토핑, 소스의 종류를 정하여 각자 원하는 피자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만들어 놓은 기본 피자도 있다. 내가 즐겨 먹는 피자는 반죽을 종이처럼 얇게 밀은 Thin Crust에 온갖 채소를 잔뜩 얹고 토마토소스와 파인애플을 추가 한 Veggie Pizza와 신선한 양상추 채 썰어 놓은 것에 햄버거 고기와 매콤한 베트남 소스를 잔뜩 뿌린 Taco Pizza이다. 그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빵이 얇아야 한다. 반반씩 해달라고 하면 두 가지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다. 후식으로는 달콤하고 뜨끈한 계피 빵Cinnamon Rolls을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데 단 것이 꽂히는 날은 후식을 주식으로 먹고 오기도 한다.

 먹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흥분해서 원점을 벗어나 피자집 홍보사원이라도 된 기분인데, 사실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만 보면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치는 딸을 데리고 4시쯤 피자를 먹으러 갔다. 그때 먹으면 이른 저녁이 되는 것이다. 그곳은 먹고 나오면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갈 때 내야 하는데 돈을 받던 직원이 오늘도 베지터블 피자 주문할 거지. 네 딸은 마카로니 피자고, 맞지?” 하며 빠른 손놀림으로 주문장을 적었다. 어떻게 알았냐 하니 활짝 웃으며 “I remember you.” 하는 것이 아닌가. 손님을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닌데 몇몇은 기억한단다. 동양 사람이라 기억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 싫진 않았다.

 

 

 동네 스타벅스 커피 집에 가면 흐리게 마신다는 걸 기억하여 블랙커피에 뜨거운 물 한잔을 말없이 내주는 직원도 있고, 튀김 좋아하는 걸 기억해서 주문하지 않아도 몇 개 튀겨다 주시는 분식집 아주머니도 계시다. 나를 기억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 준다는 것은 황송하리만치 고마운 일이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은커녕 매번 받는 것만 좋사오니 하는 얌체도 많은데 말이다.

더욱이 내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은 매장 주인이 아니라 직원이다.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직원을 둔 업주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주인만 똑똑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주는 직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돈보다 귀히 여겨야 할 것은 사람이다.

 

 

 내가 I remember you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혹시 Don't forget to remember me를 외치며 내 욕심만 차리며 살았던 건 아닐까. 나는 얼마나 남을 배려하고 돕고 나누었을까. 그게 혹시 외식外飾은 아니었을까. 고마웠던 이들로 인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다.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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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 수필집 <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 소개 (by 박인애) (시) 하류 (by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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